202.34km, 이동시간 9:18:30 획득고도 2,228 m 인정기록 10시간 33분

 

'물통에 물이 얼었네?'

 

------ 3월인데?-----

 

당일 일기예보에서 확인해주는 오늘의 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4도.

 

다행히 동계장비는 가지고 있는터라, 겨울용 빕에, 기모저지에, 겨울 장갑에 겹겹이 껴입어서 대비하기로 했다.

 

스페셜라이즈드가 2년째 겨울옷 재고 세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저렴한 꿀템이 많다. 13시간 입어서 좋으면 좋은거 아닌가.

 

나중에 가민 앱(윈드필드)이 자동으로 기록해준 날씨를 보니까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가 찍혀있던데, 설마 그정도는 아니었던것 같다.

 

클릿슈즈는 그냥 신던걸 신고, 그위에 편의점에서 산 붙이는 핫팩을 붙이고, 그위에 네오프랜 소재의 슈커버를 덮었다.


출발지는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 컨디션을 위해 그 전날 근처 모텔에 도착해서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가본적이 없어도 익숙한 고향길 ---

 

아침 6시 출발, 숙박지가 바로 근처였으므로 바로 이동해서 검차를 받았다. 일기예보대로 너무 추운날, 우리는 달린다지만 진행하시는 분들은 너무 힘들거 같았다. 이날 전국적으로 전부 추웠기 때문에 각지에서 진행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되셨을것 같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일기예보가 워낙 사악했던 탓인지 참가하신 분들이 많지 않다. 20분? 30분?, 제주는 80분이 넘게 오셨는데.

 

충북 청주, 보은은 내 고향이다. 이번 코스에도 들어있는 속리산, 말티재는 어린시절 아버지 운전하시는 차에 타고 몇번이나 올랐다. 대학에 다닐때는 무슨 알바 비슷한걸 하면서 겨울 새벽에 눈쌓인 말티재를 시외버스 첫차를 타고 내려가기도 했었는데, 버스가 슬슬 미끄러지는 건 지금 생각해도 꽤나 무서웠다.

 

성인이 되어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언젠가는 그 동네를 자전거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브레베로 가게 될줄은 몰랐다.

 

초-중-고-대학을 모두 보은-청주에서 다녔지만 사실 속리산 관광지 일부, 보은읍과 청주시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본곳이 별로 없다.

 

브레베에 열심히 참여하시고 운영하시는 여러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짜신 브레베 코스는 언제나 기가막힌 코스였다.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두근거린다. 내가 가보지도 못한, 갈, 생각도 못한 익숙하면서 좋은 풍경을 달리게 되겠지.

 

처음 무심천 자전거 길을 지나 공도로 들어서서 속리산 줄기 쪽으로 약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딱 올라가기 좋다.

 

오르면서 점점 익숙한 풍경에 감싸이면서 뭔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동네는 산이 많다. 필연적으로 길을 내기위해서는 산을 깎아야 한다.  길 한편에는 깎여나간 바위가 어쩌면 좀 위태롭게 드러나 있고 (가끔 낙석도 있는) 길 반대편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오르락 내리락이 계속 된다.

 

내가 그런길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른지역에 살면서 자전거를 취미로 타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자출사 랠리로 100km 코스를 타려고 작년에도 두번 왔었지만, 속리산을 올라가는 이번코스가 제일 좋았다.

 

약한 오르막을 올라 속라산 줄기로 들어서서 차 없고 풍경 좋은 곳을 계속 달리다가, 어려서부터 익숙한 구불구불한 말티재로 내려왔다. 이쪽으로 올라간다면 정말 힘들겠지.

 

날이 추운탓에 물통에 물이 얼어 거의 마실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들른 식당에서도 물통안에 물이 반은 얼어있었던듯. 식당에서 더운물을 부어서 녹였다.

 

속리산을 내려와 보은에 도착, 한 80km정도 왔다. 보은에서 점심을 하러 들어간 곳은 명인만두 보은점.

 

왜 상호를 정확히 아느냐 하면 전날 저녘을 청주 명인만두 본점에서 먹었기 때문.  나는 만두와 칼국수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얼큰하게 끓인것을 좋아한다. 충북에선 흔한 방식이지만, 전라권으로 내려가면 찾기가 힘들다.

 

아마 맛을 낼수 있는 재료가 옛날부터 풍부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어려서 맛있게 먹은 것들은 나이가 들어도 맛있게 마련이니 어쩌랴.

 

이 뒤로는 기억이 별로 없다.

 

세종시쪽으로 크게 돌아 오천 자전거 길을 타고 청주로 들어가는 코스인데, 브레베 후반 지쳐있는 랜도너를 위해 참 잘 짜여진 코스라는 생각을 한다. 해가 일찍 져도 안전하게 달릴수 있는 자전거 도로이기도 하고.

 

다만 작년에만 여길 너댓번 달렸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렸을 뿐......

 

참 오천 자전거길 중간중간이 공사중이었는데, 우회 자전거도로를 잘 만들어놓고 공사중인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본래 있는 길로 우회로를 만들텐데 우회용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고 공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지자체가 자전거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걸까...

 

출발지를 떠나 보은까지 83km 코스는 아내가 조금 더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꼭 함께 달리고 싶은 길이다. 물론 지금도 잘타지만, 아직은 거긴 조금 힘들거 같다. 너무 지치면 풍경을 즐기기도 어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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