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혹시 헬멧 빌릴수 있을까요?"

 

------준비-----

 

24년에는 처음으로 2월에 브레베가 열렸다. (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서 23년에 열려 호평 받았던 제주 브레베가 첫문을 열게 되었다고.

 

2019년에 란도너에 입문했지만 그간 19년에 상주, 21년에 제주 한바퀴 퍼머넌트 한번, 23년에 지리산 나간것이 다였고, 작년도에 자전거 탔던 기억이 스스로 좀 성에 차지 않았던 차에, 오랜만에 한국 란도너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첫 시작이 제주 레이스!

 

한 10여년 전에, 제주도에서 일 할 기회가 있어서 제주에서 한동안 있었는데, 쉬는날에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반바퀴 정도를 당시 타던 MTB를 타고 1박2일로 돌아본적이 있다. 그때 너무 좋았던지, 나중에 이직을 하고 시간이 나고 나서는 거의 매년 몇변씩 제주에 가서 자전거를 타던지 올레길을 것던지 하고 있다. 물론 대게는 아내와 함께.

 

그런데 제주 브레베라. 그것도 올해 첫문을 여는.... 가고싶다.  꼭 가고싶다!

하지만 이미 100명 예약은 꽉찼고, (나중에 120명으로 늘었다.)

 

그때부터 혹시 누가 취소할까 싶어서 수시로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어느밤 98명 예약으로 빈자리가 있는것을 본 순간! 바로 신청하고 신나서 배와 숙소를 단숨에 예약하고는 한숨 돌렸다.

 

두근두근하며 제주 브레베를 준비하는 단톡방에도 가입하고, 게시판도 매일 들여다 보면서 준비를 해나가는데...

 

'비오겠는데....?'

 

2월 말에 제주라고는 하지만 비바람이 심상치 않을거라는 소식, 2주 전부터 당일 제주는 비가 올거라고 기상청 예보가 있었고, D데이가 다가와도 비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는 비가 올거라고 간주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제주가 아니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제주였기 때문이고, 올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여러분들이 알려주신 정보로 헬멧방수용 샤워캡, 비닐 덧신, 등을 사들이고, 나름대로 우중 라이딩 대비를 철저히 했다.

 

---- 제주로 출발 ---

 

23일밤 목포에 도착해서 자전거와 함께 배에 승선.

 

배가 도착하면 바로 움직여야 하니 가능한 일찍 잠을 청했다.

 

새벽 5시 기상. 다인 침대를 예약했기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옷을 챙겨입는데...

 

헬멧이 없다!

 

우중 라이딩 대비를 하다가 정자 중요한 헬멧은 그순간까지 생각도 안한 것.

 

혹시나 싶어 브레베 준비로 자원봉사 하는분께 전화를 드려 도움을 청하자, 일단 한번 와 보라고 하신다.

 

미리 준비해 주신 아침을 먹고, 걱정걱정 하며 브레베 출발지인 제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도착. 자원봉사자 분께 헬멧을 빌렸다. 다행히 맞는 헬멧이 있었다. 내 머리 디자인이 워낙 애매해서 좀 걱정했는데 딱 맞는게 있었다!

 

이번 브레베를 준비하면서 아침식사, 짐 맡길곳 등등을 고려하느라 한참을 고민했는데, 제주 브레베 자원봉사 여러분께서 모든것을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심지어 출발도 못할번 했던것을 달릴수 있게되었으니 감사에 감사를 드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검차를하고, 브레베 카드를 받고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두근두근.

 

---- 제주 브레베  200km ---

https://youtu.be/6nOegK393q8?si=Y_cfjW_sAbu5E7_B

 

비바람과 싸우며 그저 달리기에도 바쁜 나머지 CP에서 사진 찍은 몇장 외에는 남은 사진도 없다. 제주 KBS에서 촬영분을 방송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주어 나름 추억이 된듯 하다. 우연히 내가 찍히기도 했고....

 

브레베 완주 직후 남긴 기록을 보니 힘든 순간도 꽤 있었...나? 음.. 좀 춥기도 했고, 80km쯤에서 양다리에 다 쥐가 날뻔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난 나는 쥐가 안나는 사람인줄 알았음) 그러기는 했는데...

 

모르겠다. 사실 저 영상이나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저길 내가 갔었나 싶은데가 꽤 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해안선을 탈 때 제주의 바람을 타고 사방에서 뺨을 때리던 빗방울의 촉감.

 

처음에 꼈던 방수 장갑 안쪽에 물이 차서 그걸 털어내던 느낌.

 

CP에서 비때문에 젖은 장갑을 낑낑거리며 벗고 카메라를 꺼내던 순간.

 

그리고 달려가면서 따라가던,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던 같은길을 가는 랜도너들의 등.

 

생각해 보면 다 힘든 추억인데, 생각하다보면 가슴이 또 뛰고 있다.

 

그러니까 갈수 밖에 없다. 자전거는 요망한 물건이다.

 

그리고 첫 브레베에 제주에서 맞은 2월의 비는, 나에게는 일종의 세례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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