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다 하셨어?"

 

"그럼! 완벽하지!"

 

이번 브레베는 대구에서 진행된다. 처음으로 나가보는 300K, 게다가 거리가 좀 있기 때문에 전날 숙박을 하고 당일 복귀는 무리라고 판단해서 브레베 당일도 미리 숙소를 잡았다.

 

 

마눌님께서 함께 가주신다고 해서 (브레베 당일은 대구에 친구도 만나고 놀러다니신다고) 전날 저녘 함께 대구로 출발, 숙소 근처에서 맛난 저녘도 먹고 수성못 근처라 산책도 하고, 일찌감치 들어와서 자전거를 확인 하는데.....

 

앗! 속도계를 안들고 왔다.

 

요새 하도 뭘 잘두고 다녀서 모든걸 더블체크 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민을 두고왔네.

 

나는 심각한 길치다. 네비없이 초면인 도로를 300K 뛴다는건 일단 심리적으로 무리다.

 

순간적으로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대구관광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마침 출발점이 위바이크 샵이니까 일단 가서 핸드폰 거치대를 사서 핸드폰으로 진행해 보자. 라고 결정.

 

입문때 한동안 쓰다가 가민 구입이후 안쓰게된 오룩스 맵이 폰에 깔려있는걸 확인하고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일단 잠이 들었다.

 

담날 새벽 다섯시부터 위바이크에 도착해서 문열기를 기다림.

 

잠시후 스탭분께서 도착하셔서 (스텝분들께 상시 감사합니다. 이런 새벽부터 자정넘어까지.... ) 사정을 설명하고 핸드폰 거치대를 구입. 다행히 추천해 주신 물건이 이전에 쓰던 비엠웍스 슬림 6 제품 이라 익숙해서 금방 거치하고 스탠바이함.

 

오룩스 맵이 구버전이라 그런지 출발시에 맵정보를 계속 TTS로 떠드는 통에 당황해서 일단 볼륨을 확 죽이고 출발을 기다렸다.

 

준비중... 두둥.

그리고 출발...

 

언제나 그렇듯이 CP외에는 사진도 안찍고 그저 열심히 달렸다. 원체 평속이 느려서 완주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평소에도 라이딩할때 거의 사진을 안찍기도 하고....

 

좋은날씨에 코스가 정말 좋아서.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풍경구경하면서 정말 즐길수 있는 라이딩 이었다.

 

116km지점에서 점심 장터국밥

 

 

 

205 km 지점에서 저녘으로 볶음밥

 

 

 

 

원체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몸이라 브레베 중에는 중식은 피하는 편인데, 이번에 시험삼아 도전해 보았다. 커피 끊은지 거의 1년이 되가면서 속이 좀 좋아지기도 했고...

 

저녘전에 200km가 다가오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었는데, 식사후에 마치 다시 달리는것처럼 몸에 활기가 돌아서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였다. 다만 엉덩이는 첨이 엄첨 아팠음.

 

해가 지면서 베테랑 란도너 한분 뒤에 붙어서 열심히 달려서 팔조령까지 달림. 그분은 팔조령 전 마지막 보급을 하러 편의점에 들리시고 나는 저지주머니에 떡도 하나 남고 해서 그걸 먹고 바로 팔조령으로 올라갔다.

 

밤중이라 차가 없고, 체력 안배도 할겸 첨부터 아예 와리가리 신공을 쓰면서 팔조령 정상에 도착

 

 

했는데. 딱 요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함.

 

마지막 다운힐을 넘어 위바이크까지 열심히 달려서 무사 복귀.

 

 

유튜버 뿔난 꼬냉이 님과 사진도 찍고

 


인증메달도 구매함

 

항상 거의 끝에 매달을 구매하는데 쫌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번에 400k 뛰러가는데.. 늦게 도착해서 못살까봐 살짝 걱정이 된다.

 

숙소도착해서 아내가 준비해준 맥주와 안주를 먹었는데 술은 별로 안들어 가고 잠을 자려는데 피곤해 죽겠는데 바로 잠은 못들고 눈을 감자마자 낮에 달린곳을 달리는듯한....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또 두시간마다 깼다. 몸에 긴장이 안풀리는듯.

 

보통 200 뛰고나면 일단 잠들면 죽은듯이 자는데... 실제로 깊은잠을 잔건 그 다음날 밤이었던듯.

 

담날 집으로 오는길에 휴게소

 

입맛이 돌아서 너무 많이 시켜서 이걸 어캐먹지 했는데. 결국 다 먹고 옴... 소화도 잘됨.. 약간 몸이 비상상태 였던듯 하다.

 

어쨌든 이로서 300K  첫도전은 성공적!!!. 그럼 400K... 가야겠지? 랜도는 400부터! 라고들 하시던데....

 

 

브레베 데뷔!!

 

100K 브레베가 생겨서, 200K부터 도전하기는 약간 부담스런 이가 도전할 수 있게 된것은 참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아내는 하루에 140km도 달려 보았지만, 브레베는 시간제한이 있기에 그동안 참가를 못했었는데 마침 100km 브레베가 열리니까 참가하기로 결정!

 

작년에도 참가신청을 한번 했었지만 다른일정과 겹쳐 취소했던적이 있다. 이번엔 가자!

 

 

항상 1인분만 준비하던 브레베 준비가 이번엔 2인분이 되었다. 낮에 가뿐하게 끝나는 일정이지만 검차도 통과해야하니 확인 또확인!

그러나 또 두고 간게 있었다.

 

장펌프를 안들고 갔다!

 

"당일 아침에 최적의 공기압을 맞추고 쾌적한 라이딩을 해야지! "

 

라고 생각해서 미리 타이어에 공기도 안채워 놓고는 정작 장펌프는 두고 갔다.

 

비상공구로 항상 포켓형 펌프를 휴대하기는 하지만 써본 사람은 알리라. 상품 설멍에 써있는 압력을 넣으려면 3대가 한 600은 되야 될거라는걸....

 

어쨌든 전날 도착한 숙소에서 대강 넣고 담날 안되겠으면 CO2 라도 써야겠다고 맘먹고 현장에 도착했더니 뚜왁!

 

 

펌프를 준비해 주셨다!!

든든히 바람을 넣고

 

첫출전에 들뜬 아내는 여러분과 사진도 찍고

 

근데 지금보니 자기 얼굴만 안나왔네.

 

 

 

검차 통과! 화이팅!

 

오늘은 상당히 쌀쌀한 날이지만, 날씨는 매우 좋았다. 부산은 국토종주 때문에 종주 자전거 길만 몇번 왔었는데 아침에 강변길이 너무 눈부셨다.

 

 

 

아내의 첫번째 CP

 

 

우리는 커피를 끊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다가 전통차를 파는 찻집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차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가게 이름이 뭐였지?

 

 

라이딩을 가서 적절한 시기에 만나는 화장실은 축복!

 

출발전에 낙동강 인증샷도 한방~

 

 

마사터널!

 

이 앞을 세번을 지났는데 그동안 우회할 생각을 안해봐서 나도 이번이 첫 통과!

 

이런 터널은 왠지 그냥 좋다.

 

 

다시 강변을 달려서

 

 

 

무사 도착!!!

 

 

그리고 근체에서 세상 맛있는 늦은 점심!!!

 

그래도 걱정을 좀 했는데 마지막 까지 컨디션 유지를 잘해 주어서 즐겁게 달릴수 있었다.

 

이정도면 200도 가능한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시점에선 (4월 3일) 이미 지난달에 200을 완료하셨음. 새삼 대단한 사람.

 

기록은 6시간 25분

 

202.34km, 이동시간 9:18:30 획득고도 2,228 m 인정기록 10시간 33분

 

'물통에 물이 얼었네?'

 

------ 3월인데?-----

 

당일 일기예보에서 확인해주는 오늘의 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4도.

 

다행히 동계장비는 가지고 있는터라, 겨울용 빕에, 기모저지에, 겨울 장갑에 겹겹이 껴입어서 대비하기로 했다.

 

스페셜라이즈드가 2년째 겨울옷 재고 세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저렴한 꿀템이 많다. 13시간 입어서 좋으면 좋은거 아닌가.

 

나중에 가민 앱(윈드필드)이 자동으로 기록해준 날씨를 보니까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가 찍혀있던데, 설마 그정도는 아니었던것 같다.

 

클릿슈즈는 그냥 신던걸 신고, 그위에 편의점에서 산 붙이는 핫팩을 붙이고, 그위에 네오프랜 소재의 슈커버를 덮었다.


출발지는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 컨디션을 위해 그 전날 근처 모텔에 도착해서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가본적이 없어도 익숙한 고향길 ---

 

아침 6시 출발, 숙박지가 바로 근처였으므로 바로 이동해서 검차를 받았다. 일기예보대로 너무 추운날, 우리는 달린다지만 진행하시는 분들은 너무 힘들거 같았다. 이날 전국적으로 전부 추웠기 때문에 각지에서 진행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되셨을것 같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일기예보가 워낙 사악했던 탓인지 참가하신 분들이 많지 않다. 20분? 30분?, 제주는 80분이 넘게 오셨는데.

 

충북 청주, 보은은 내 고향이다. 이번 코스에도 들어있는 속리산, 말티재는 어린시절 아버지 운전하시는 차에 타고 몇번이나 올랐다. 대학에 다닐때는 무슨 알바 비슷한걸 하면서 겨울 새벽에 눈쌓인 말티재를 시외버스 첫차를 타고 내려가기도 했었는데, 버스가 슬슬 미끄러지는 건 지금 생각해도 꽤나 무서웠다.

 

성인이 되어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언젠가는 그 동네를 자전거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브레베로 가게 될줄은 몰랐다.

 

초-중-고-대학을 모두 보은-청주에서 다녔지만 사실 속리산 관광지 일부, 보은읍과 청주시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본곳이 별로 없다.

 

브레베에 열심히 참여하시고 운영하시는 여러분들이 심혈을 기울여 짜신 브레베 코스는 언제나 기가막힌 코스였다.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두근거린다. 내가 가보지도 못한, 갈, 생각도 못한 익숙하면서 좋은 풍경을 달리게 되겠지.

 

처음 무심천 자전거 길을 지나 공도로 들어서서 속리산 줄기 쪽으로 약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딱 올라가기 좋다.

 

오르면서 점점 익숙한 풍경에 감싸이면서 뭔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동네는 산이 많다. 필연적으로 길을 내기위해서는 산을 깎아야 한다.  길 한편에는 깎여나간 바위가 어쩌면 좀 위태롭게 드러나 있고 (가끔 낙석도 있는) 길 반대편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오르락 내리락이 계속 된다.

 

내가 그런길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른지역에 살면서 자전거를 취미로 타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자출사 랠리로 100km 코스를 타려고 작년에도 두번 왔었지만, 속리산을 올라가는 이번코스가 제일 좋았다.

 

약한 오르막을 올라 속라산 줄기로 들어서서 차 없고 풍경 좋은 곳을 계속 달리다가, 어려서부터 익숙한 구불구불한 말티재로 내려왔다. 이쪽으로 올라간다면 정말 힘들겠지.

 

날이 추운탓에 물통에 물이 얼어 거의 마실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들른 식당에서도 물통안에 물이 반은 얼어있었던듯. 식당에서 더운물을 부어서 녹였다.

 

속리산을 내려와 보은에 도착, 한 80km정도 왔다. 보은에서 점심을 하러 들어간 곳은 명인만두 보은점.

 

왜 상호를 정확히 아느냐 하면 전날 저녘을 청주 명인만두 본점에서 먹었기 때문.  나는 만두와 칼국수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얼큰하게 끓인것을 좋아한다. 충북에선 흔한 방식이지만, 전라권으로 내려가면 찾기가 힘들다.

 

아마 맛을 낼수 있는 재료가 옛날부터 풍부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어려서 맛있게 먹은 것들은 나이가 들어도 맛있게 마련이니 어쩌랴.

 

이 뒤로는 기억이 별로 없다.

 

세종시쪽으로 크게 돌아 오천 자전거 길을 타고 청주로 들어가는 코스인데, 브레베 후반 지쳐있는 랜도너를 위해 참 잘 짜여진 코스라는 생각을 한다. 해가 일찍 져도 안전하게 달릴수 있는 자전거 도로이기도 하고.

 

다만 작년에만 여길 너댓번 달렸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렸을 뿐......

 

참 오천 자전거길 중간중간이 공사중이었는데, 우회 자전거도로를 잘 만들어놓고 공사중인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본래 있는 길로 우회로를 만들텐데 우회용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고 공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지자체가 자전거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걸까...

 

출발지를 떠나 보은까지 83km 코스는 아내가 조금 더 자전거를 잘 타게 되면 꼭 함께 달리고 싶은 길이다. 물론 지금도 잘타지만, 아직은 거긴 조금 힘들거 같다. 너무 지치면 풍경을 즐기기도 어려울 테니까...

 

 

"저기, 혹시 헬멧 빌릴수 있을까요?"

 

------준비-----

 

24년에는 처음으로 2월에 브레베가 열렸다. (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서 23년에 열려 호평 받았던 제주 브레베가 첫문을 열게 되었다고.

 

2019년에 란도너에 입문했지만 그간 19년에 상주, 21년에 제주 한바퀴 퍼머넌트 한번, 23년에 지리산 나간것이 다였고, 작년도에 자전거 탔던 기억이 스스로 좀 성에 차지 않았던 차에, 오랜만에 한국 란도너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첫 시작이 제주 레이스!

 

한 10여년 전에, 제주도에서 일 할 기회가 있어서 제주에서 한동안 있었는데, 쉬는날에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반바퀴 정도를 당시 타던 MTB를 타고 1박2일로 돌아본적이 있다. 그때 너무 좋았던지, 나중에 이직을 하고 시간이 나고 나서는 거의 매년 몇변씩 제주에 가서 자전거를 타던지 올레길을 것던지 하고 있다. 물론 대게는 아내와 함께.

 

그런데 제주 브레베라. 그것도 올해 첫문을 여는.... 가고싶다.  꼭 가고싶다!

하지만 이미 100명 예약은 꽉찼고, (나중에 120명으로 늘었다.)

 

그때부터 혹시 누가 취소할까 싶어서 수시로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어느밤 98명 예약으로 빈자리가 있는것을 본 순간! 바로 신청하고 신나서 배와 숙소를 단숨에 예약하고는 한숨 돌렸다.

 

두근두근하며 제주 브레베를 준비하는 단톡방에도 가입하고, 게시판도 매일 들여다 보면서 준비를 해나가는데...

 

'비오겠는데....?'

 

2월 말에 제주라고는 하지만 비바람이 심상치 않을거라는 소식, 2주 전부터 당일 제주는 비가 올거라고 기상청 예보가 있었고, D데이가 다가와도 비표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는 비가 올거라고 간주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제주가 아니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다.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제주였기 때문이고, 올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여러분들이 알려주신 정보로 헬멧방수용 샤워캡, 비닐 덧신, 등을 사들이고, 나름대로 우중 라이딩 대비를 철저히 했다.

 

---- 제주로 출발 ---

 

23일밤 목포에 도착해서 자전거와 함께 배에 승선.

 

배가 도착하면 바로 움직여야 하니 가능한 일찍 잠을 청했다.

 

새벽 5시 기상. 다인 침대를 예약했기때문에 비몽사몽간에 옷을 챙겨입는데...

 

헬멧이 없다!

 

우중 라이딩 대비를 하다가 정자 중요한 헬멧은 그순간까지 생각도 안한 것.

 

혹시나 싶어 브레베 준비로 자원봉사 하는분께 전화를 드려 도움을 청하자, 일단 한번 와 보라고 하신다.

 

미리 준비해 주신 아침을 먹고, 걱정걱정 하며 브레베 출발지인 제주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도착. 자원봉사자 분께 헬멧을 빌렸다. 다행히 맞는 헬멧이 있었다. 내 머리 디자인이 워낙 애매해서 좀 걱정했는데 딱 맞는게 있었다!

 

이번 브레베를 준비하면서 아침식사, 짐 맡길곳 등등을 고려하느라 한참을 고민했는데, 제주 브레베 자원봉사 여러분께서 모든것을 한방에 해결해 주셨다. 심지어 출발도 못할번 했던것을 달릴수 있게되었으니 감사에 감사를 드려도 모자랄 지경이다.

 

검차를하고, 브레베 카드를 받고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두근두근.

 

---- 제주 브레베  200km ---

https://youtu.be/6nOegK393q8?si=Y_cfjW_sAbu5E7_B

 

비바람과 싸우며 그저 달리기에도 바쁜 나머지 CP에서 사진 찍은 몇장 외에는 남은 사진도 없다. 제주 KBS에서 촬영분을 방송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주어 나름 추억이 된듯 하다. 우연히 내가 찍히기도 했고....

 

브레베 완주 직후 남긴 기록을 보니 힘든 순간도 꽤 있었...나? 음.. 좀 춥기도 했고, 80km쯤에서 양다리에 다 쥐가 날뻔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난 나는 쥐가 안나는 사람인줄 알았음) 그러기는 했는데...

 

모르겠다. 사실 저 영상이나 다른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저길 내가 갔었나 싶은데가 꽤 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해안선을 탈 때 제주의 바람을 타고 사방에서 뺨을 때리던 빗방울의 촉감.

 

처음에 꼈던 방수 장갑 안쪽에 물이 차서 그걸 털어내던 느낌.

 

CP에서 비때문에 젖은 장갑을 낑낑거리며 벗고 카메라를 꺼내던 순간.

 

그리고 달려가면서 따라가던,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던 같은길을 가는 랜도너들의 등.

 

생각해 보면 다 힘든 추억인데, 생각하다보면 가슴이 또 뛰고 있다.

 

그러니까 갈수 밖에 없다. 자전거는 요망한 물건이다.

 

그리고 첫 브레베에 제주에서 맞은 2월의 비는, 나에게는 일종의 세례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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