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합기란 무엇일까. 


-이글에서 아이키도와 합기도를 혼용해서 씁니다만 전부 아이키도를 말합니다.-


아이키도(합기도) 배운지 1년 좀 넘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매니아적 관점에서  아이키도에대해서 관심만 있었죠.

이런 제가 이 시점에서 이런이야기를 한다는거 자체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라는거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지금 만져본 거라도 잘 기록하고 정리하다보면 남는게 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 시점에서 생각나는걸 정리하게 되엇습니다.


사실 '궁극의 합기' 란 단어는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 초보적인 합기가 따로 있고 궁극적인 합기가 따로 있다는건 이상하죠.


그래도 꼭 그 단어를 쓰겠다면 '합기' 라는것이 존재하고 그것에 최대한 근접하는것, 합기 라고 하는 개념에 무한히 가까운 상태를 아마도 '궁극의 합기' 라고 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합기'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면 궁극의 합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자연히 나오겠죠.


근데 합기는 무엇인가?


일단 아이키도를 만드신 분이 일본분이니 일본에서 유래를 찾는것이 마땅하겠지요. 근데 문제는 합기라는 단어는 유래도 모호하고 후대의 쓰임새도 중의적인거 같습니다. 원래는 검술에서 나오는 용어였다고 하죠. 검과 검이, 또는 힘과 힘이 맞부딛혀 평형을 이루는 상태, 그 상태를 인도하는 기술. 그런걸 이야기 하는거 같기도 하고. 애초에 한자로 몇구절 적혀있는것만 가지고 당시에 쓰던 어떤 유래를 추정한다는건 막연합니다.


다만 아이키도라는 무술 자체가 만들어진지 오래된게 아니고, 대선생의 생애는 상당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몇가지 단서는 있을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턴 그냥 제 무책임한 추측입니다.)


첫째, 대선생의 스승이었던 다케다 소가쿠 선생이 자신의 무술에 '합기유술' 이라는 이름을 붙혔다는것.


둘째. 그 합기유술이라는 이름을 붙혀준게 당시 대본교 교주 데구치 오니사부로 였다는것.


셋째. 그 '합기' 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발전시켜 대선생이 '합기도'라는 무술을 만들었다는것.


요는 병법자였던 다케다 소가쿠, 혁명가이자 종교지도자 데쿠치 오니사부로, 병법자이자 혁명가였던 (그리고 점차로 종교적이 되죠) 우에시바 모리헤이 세사람 사이에는 '합기'라는 단어에 대해 어느 정도 일치된 견해가 있었다는겁니다. 


즉 '합기'라는 단어에는 사회적, 종교적, 무술적 개념이 다 붙을수 있다. 특히 대선생께서 기도를 통해 합기의 극의를 깨우쳤다고 하는 부분. 또한 '합기도를 통해 세상의 평화를 이룬다.'라고 말씀하신걸 보면 적어도 대선생의 합기라는 개념에는 종교적 무술적 사회적 개념이 다 들어가있다고 보는게 맞겠죠.


대선생이 처음에 제자를 가르칠때는 이름도 '합기유술'이라고 쓰고 교수체계도 대동류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1개조, 2개조 이런식으로요. 그런것을 어느날인가부터 '합기도'로 바꾸고 1교, 2교로 바꾸셨다는데 그렇다면 그 이전에 대선생이 가지고 계셨던 합기에 대한 개념이 이전과 이후가 다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겟네요.


그럼 무술에서 출발해서 종교적, 사회적인 개념까지 연결된 합기라는건 도대체 뭘까요.... 


합기도를 하지 않고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 보면 합기도는 적을 쓰러뜨린다는 무술의 가장 원초적인 관점에서보면 도대체 이해가 안가고, 심지어는 엉터리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시합도 안하죠. 타격기는 아예 없죠. 발차기는 생각도 안하죠. 사실 이런문제에 대해서 심지어는 합기도를 전혀 수련하지 않는 사람들끼리도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선생께선 '발로 차고 물어뜯는건 짐승이나 할짓' 이라고 하셨다는거 같은데. 이건 무술적인 관점에서 내놓을수 있는 답은 아닌거 같죠. 그냥 마음에 안들어! 하는거랑 똑같은 소리니까. 근데 정말로 왜 합기도에는 타격기가 빠졋을까요.


군대의 무기 체계와 전술은 '단순할 것'이야말로 최대의 미덕입니다. 타격기는 단순하고 효과적이죠. 사실 원초적인 무술의 개념에서 타격기와 유술기와 무기술을 따로놓는건 멍청한 짓이죠. 그때그때 효과적인 기술이 있기 마련인데 유술기만 배운다. 타격기만 배운다는 건 무술적 로망으로서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이키도 즉 합기도에는 시합도 없고 타격기도 없죠.  분파해 나간 유파에는 그런것을 하기도 합니다만 대선생의 가르침을 가장  그대로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아이키카이 합기도에는 그런것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제가 지금 가진 결론은 이러합니다. 뺀게 아니라 '뺄수 밖에 없었다.' 또는 '넣을 필요가 없었다.'


제가 지금 시점에서 파악하고 있는 대선생의 아이키도는 일종의 '종교' 입니다. 물론 예수를 믿고 천국에 가고 뭐 이런 개념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생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종교'를 이야기하는겁니다.


대동류 이전의 검술에서 가지고 있었던 '합기' 나 대동류의 '합기'라는 개념은 무술적 수단의 성격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전장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상대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 상대의 몸의 자유를 제한하기위해 수단으로서 '합기'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타격기가 나갑니다. 유술기와 타격기, 심지어 무기술이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습니다. 급소를 치고 목을 꺽고 필요하다면 칼을 뽑아 찌르는것이 당연한겁니다. 


이경우 수단으로서의 '합기'는 유술을 거는 '형태'를 결정합니다. 유도에서는 주로 당기고 조이고 흔드는것으로 상대의 몸의 자유를 빼앗지만 대동류는 합기라고 하는 다른 방식을 이용해서 몸의 자유를 빼앗는거죠. 그러한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해서 타격기를 섞어 쓰기도 하고 마무리로 쓰기도 합니다. 전투를 위한 기술로서는 당연한 발상이죠.


그러나 종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신이 졸라 짱세냐.' '어느 신을 믿어야 재산이 증가하냐' '어느신을 믿어야 사후세계에서 내야 관람석을 얻느냐' 뭐 이런 일차원적인 문제는 사실 종교를 전파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것이고 사실 종교의 본질은 '가르침'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종교란 번식기가 일년내내인데다가 끝없이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인간이라는 종이 사회를 이루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 입니다. 번식기 예길 왜 하느냐 하면 순한 초식동물일지라도 그때는 싸우거든요.


말하자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투쟁을 하는 존재입니다. 사실 투쟁이 꼭 나쁜것만도 아니예요. 투쟁은 인간을 강하게 하고 발전시키며 개별적으로 분리된 복수의 세계를 유전적, 문화적으로 뒤섞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하고 아이는 노예로 삼는것이 투쟁의 본질이고 이게 좀 규모가 커지면 전쟁이 되죠. 전쟁이란 그시대의 개인에게는 불행이고 재앙이거나 또는 영광일 수 있으나 시대의 흐름으로 보자면 결과적으로는 문화가 섞이고 인종이 섞여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강화하고 삶의 터전을 넓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랬죠.


그런데 19-20세기의 짧은기간동은 인간은 기관총을 발명하고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하고 핵무기를 발명했습니다.


이제는 전쟁이 전장의 군인이 죽는것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흔히 패전국의 참사는 알려지지 않는 법입니다만 2차대전 말엽에 연합군은 베를린에 소이탄을 뿌리고 그위에 고폭탄을 뿌려서 인공적인 화염폭풍을 일으켜 도시를 전소시켰고 히로시마 나가사키에는 원자탄을 떨어뜨렸죠.


이제 전쟁의 형태는 완전히 변한겁니다. 더이상 전쟁에 나간 (주로 남자) 사람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전방도 후방도 없는 시대가 온거죠. 인류는 드디어 자신의 종을 스스로 말살할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우에시바 모리헤이는 그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복무했고 데구치 오니사부로와 만주에 이상향을 건설하려다 실패하고 죽을고비를 넘겼다던가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전쟁에서 패전하고 특히 고국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경험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요는 지금의 인간은 절실하게 변화 또는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이걸 오타쿠 용어로는 뉴타입이라고 부릅니다. :D )


그리고 그 변화의 지향점으로 설정한것이 '화(和)' 이며


그 '화'가 이루어진 상태가 합기의 완성된 상태.


그리고 그 합기를 수련함으로서 화에 이르고자 하는 방법론이자 길로서 제시한것이


합기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는것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합기라는것은, 인간 상호간의 온전한 이해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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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쟁의 영웅 아무로 레이는 '신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인간이란 한인간이 다른 인간을 어떠한 오해도 없이 완전히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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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아는 사람만 아는 예기.

전에 팟케스트에서 들은 법륜스님 즉문즉설 중에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상대가 존재하면 화를 내고 상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화를 내지 않게 되는데 이것은 상대는 옳지 않고 자신은 옳다고 하는 시비를 가리는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이런 시비를 가리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화가 날 일이 없고 단지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데에만 집중함으로써 화를 내서 스스로에게 생기는 2차, 3차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 ... 라는 말씀을 하셨던거 같다. 물론 이것도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나지만....


혼자 차를 몰고 가다가 옆의 비탈에서 갑자기 큰 돌이 굴러 떨어져 앞을 막아, 급하게 핸들을 조작해 그걸 피했다면, 아마도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경찰서든 어디든 전화를 걸어서 위험하니 도로 위에 돌을 치워달라고 신고 할거고, 나중에 친구들과 술한잔 하면서 무용담 비슷하게 유쾌하게 이야기 할수도 있을만한 사건이 될것이다.


그런데 차를 몰고 가다가 앞에가던 차나 혹은 마주오던 차가 급조작으로 앞을 막아 급하게 핸들조작을 해서 그걸 피했다면, 심하게 욕을 퍼부을수도 있고, 차를 세우고 다투거나, 다투다 못해 몸싸움이 되거나, 길을 막은것으로 인해 지나던 다른 차에 불편을 주거나, 혹은 싸우다가 다른 차에 치어 2차 사고를 낼수도 있는것이다. 입씨름을 하고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아마 나중에 술마실때도 생각날때마다 스트래스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건의 차이는 사실 상대가 있고 없고의 차이 밖에 없다. 상대가 없을때는 크게 화를 낼일이 되지 않지만, 상대가 있을때는 화를 낼 일이 된다. 일단 상대가 있고 화가나면, 입으로든 힘으로든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내가 옳고 상대가 그르기 때문에 내가 투쟁에서 승리 함으로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마음이 풀리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계속 스트래스가 남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마음에 담고 있으면서 상대가 있는 사건이 일어났을때 자신의 마음을 잘 관찰하면, 화가 나는 순간을 깨닳을수 있고 이를 통해 화를 내리누르는것이 아니라 화를 내지 않는 상태에 도달 할수 있으며 나와 상대의 잘잘못. 다시말해 시비를 가리지 않고 또한 투쟁상황을 만들지 않고 설사 투쟁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투쟁으로서 맞상대 하지 않음으로서 합리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지혜를 갖출수 있게 된다.


- 라고 나름 이해하고 있다.... 거기에 도달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여기에서 자신이 화가 나는 이유를 알고 자신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 봄으로서 화를 내는 순간을 캐치하는 것이 아마도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 수련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키도를 배우면서 이 가르침이 생각날때가 많다.


아이키도에서는 기술을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나누어서 교대로 수련하게 되는데, 기술이 높은 수준에 이를 수록 기술을 받는 사람이 반항할수가 없게된다. 


재미있는게 물리적으로 꼼짝을 못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심리적으로도 반항할 생각을 못하게... 아니 안하게된다는 거다.


기술 체계를 보면 유도나 주짓수처럼 해부학적, 물리학적 큰 틀은 있다.  그러나 아이키도에서 추구하는 완벽한 기술이란 기술을 거는것 자체가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화합으로 이끌어 투쟁 상태를 해소하고 어떤 평정의 상태로 이끄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키도에서 시합을 금지하는 이유는 시합을 하게 되면 승패를 가리게 되고, 이기려는 마음은 서로를 상처입힐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키도의 기술의 완성이 투쟁상태 그 자체를 종료하는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면, 시합에서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는것 그 자체가 아이키도의 완성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기 때문에. 시합을 금하게 된게 아닐까?


시합을 하게 되고 경쟁을 하게 되면, 상대를 제압하는 요령, 기술 자체는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그 빠른 성장의 요인이 강한 투쟁심과 호승심에 기인하게되고, 한쪽이 이기려고 들면 상대방도 당연히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화합을 통해 투쟁이 없는 평정의 상태로 이끌고자하는 아이키도의 목적과 배치되므로, 아무리 능숙하게 기술을 걸수 있어도 이건 아마 아이키도 아니라고 해야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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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도를 시작한지... 어... 4개월쯤 지난거 같다. 

도장이 주 6일 운영되는데, 특별한 일이 없을땐 항상 나가려고 노력중이다.


작년 말 데드리프트 하다가 허리를 다친후 그 후유증인지 올해 1월부터 왼쪽 엉치아래쪽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그게 좌골신경통이란걸 알게 되고 MRI를 찍어본결과 심하지 않은 - 정형외과에서는 문제로 치지 않는 - 정도의 추간판 탈줄증이 있다는걸 알게됬다.


그정도로는 보통은 자각증상이 없는경우가 많다는데, 내경우는 좀 특별했는지, 초기에는 정말 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치료방법이란게 수술을 하거나, (이것은 병원에서도 권하지 않고 스스로도 싫어서 패스) 또는 운동과 생활 자세 교정을 통해 장시간에 걸쳐 치료를 유도하면서, 그기간동에 고통을 막기위해 고통을 차단하는 이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어쩌다 한의원에도 가게 됬었는데 기가 약하다면서 보약을 먹으면 치료효과가 좋다고 해서 보약도 지어먹고, 한달동안 거의 매일 침에 뜸에 사혈 치료 까지 받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런치료는 근육이 굳거나 해서 생긴 증상에는 효과가 있지만, 내경우는 사실 효과가 있을리가 없었다.


MRI가져다 주겠다는데 안봐도 된다라던가, 몇주만 치료받으면 괜찮을거라는 한의사는 이젠 안믿는다.


결국은 운동치료가 중요한데, 처음에 태극권을 생각하다가, 청주에 아이키도 도장이 있다는것, 그리고 그 도장이 대한아이키회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있다는걸 확인하고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도장을 방문했다.


아이키도, 유튜브에 aikido 라고 다섯자를 입력하면, 그 현란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가는, 심하게 말해서 보여주기 위한 쇼로 밖에 안보이는... 뭐 그런 무술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딱히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으면서 종종 조사만 해서 호기심을 채우는 활동'의 대상중에 무술 카테고리가 있었고, 그 안에서 아이키도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실전성이 분명히 있는 무술이지만, 대단히 난해해서 어느정도 수준 이상에 오르기전에는 실전에 써먹는다는건 대단히 힘든. 단순히 싸움에 도움이 되고, 빨리 써먹기 위해서 선택할만한 무술은 아니라는것.


거기다 최근에 역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다치지 않았으면 무에타이나 복싱 도장을 찾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여튼 도장을 방문, 어.. 머랄까... 어려서부터 도장이란델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약간 당황스러운 관장님을 만나서, 도복을 빌려입고, 몇가지 기술을 받아본달까, 시연을 구경했달까, 하여튼 몸으로 아이키도라는 무술을 구경해본 내 첫느낌은 이거다.


"아.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어려서부터 태권도로 입신을 목표로 수련하다가 젊었을때는 검도, 지금은 아이키도를 수련한지 10년이 되어간다는 관장님이 구사하는 기술은, 말하자면, 그냥 이해가 안가는 무언가 였다. 분명히 내몸이 반응을 하고 있으니 이것은 실존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당했다고 하는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러므로 표현하는것도 불가능한. 그런 것. (물론 껍데기는 흉내낼 수 있겠지만) 


게다가 본부도장에서 공개하는 동영상에 나오는 몇십년을 수련한 노인들이, 바로 그 관장님을 어른이 어린애 들고 놀아주듯 탈탈 털다가 집어던지면서도 자기 한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끙~ 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은 그러니까, 그게 뭔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존재하며, 거기에는 틀림없이 어떤 원리가 존재하며, 그걸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길은 해보는수밖에 없다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해주었다.


원래 게임을 해도 시스템을 익히기 까지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그다음에 남는건 숙련을 위한 단순 반복을 통한 노가다. 액션게임이라면 타인과 그 숙련도를 겨루는 재미도 있겠으나, 역시 미지의 시스템을 파고드는 재미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 할수 있을지 모르겟지만, 일단은 열심히 배워보고 싶다, 10년 한 선생님이나, 30년한 선생님의 선생님도 아직 모르겠다고 하신다니 뭐가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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