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를 시작한지... 어... 4개월쯤 지난거 같다. 

도장이 주 6일 운영되는데, 특별한 일이 없을땐 항상 나가려고 노력중이다.


작년 말 데드리프트 하다가 허리를 다친후 그 후유증인지 올해 1월부터 왼쪽 엉치아래쪽으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그게 좌골신경통이란걸 알게 되고 MRI를 찍어본결과 심하지 않은 - 정형외과에서는 문제로 치지 않는 - 정도의 추간판 탈줄증이 있다는걸 알게됬다.


그정도로는 보통은 자각증상이 없는경우가 많다는데, 내경우는 좀 특별했는지, 초기에는 정말 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치료방법이란게 수술을 하거나, (이것은 병원에서도 권하지 않고 스스로도 싫어서 패스) 또는 운동과 생활 자세 교정을 통해 장시간에 걸쳐 치료를 유도하면서, 그기간동에 고통을 막기위해 고통을 차단하는 이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어쩌다 한의원에도 가게 됬었는데 기가 약하다면서 보약을 먹으면 치료효과가 좋다고 해서 보약도 지어먹고, 한달동안 거의 매일 침에 뜸에 사혈 치료 까지 받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런치료는 근육이 굳거나 해서 생긴 증상에는 효과가 있지만, 내경우는 사실 효과가 있을리가 없었다.


MRI가져다 주겠다는데 안봐도 된다라던가, 몇주만 치료받으면 괜찮을거라는 한의사는 이젠 안믿는다.


결국은 운동치료가 중요한데, 처음에 태극권을 생각하다가, 청주에 아이키도 도장이 있다는것, 그리고 그 도장이 대한아이키회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있다는걸 확인하고는 전부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도장을 방문했다.


아이키도, 유튜브에 aikido 라고 다섯자를 입력하면, 그 현란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가는, 심하게 말해서 보여주기 위한 쇼로 밖에 안보이는... 뭐 그런 무술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딱히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으면서 종종 조사만 해서 호기심을 채우는 활동'의 대상중에 무술 카테고리가 있었고, 그 안에서 아이키도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실전성이 분명히 있는 무술이지만, 대단히 난해해서 어느정도 수준 이상에 오르기전에는 실전에 써먹는다는건 대단히 힘든. 단순히 싸움에 도움이 되고, 빨리 써먹기 위해서 선택할만한 무술은 아니라는것.


거기다 최근에 역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다치지 않았으면 무에타이나 복싱 도장을 찾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하여튼 도장을 방문, 어.. 머랄까... 어려서부터 도장이란델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약간 당황스러운 관장님을 만나서, 도복을 빌려입고, 몇가지 기술을 받아본달까, 시연을 구경했달까, 하여튼 몸으로 아이키도라는 무술을 구경해본 내 첫느낌은 이거다.


"아.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어려서부터 태권도로 입신을 목표로 수련하다가 젊었을때는 검도, 지금은 아이키도를 수련한지 10년이 되어간다는 관장님이 구사하는 기술은, 말하자면, 그냥 이해가 안가는 무언가 였다. 분명히 내몸이 반응을 하고 있으니 이것은 실존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당했다고 하는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러므로 표현하는것도 불가능한. 그런 것. (물론 껍데기는 흉내낼 수 있겠지만) 


게다가 본부도장에서 공개하는 동영상에 나오는 몇십년을 수련한 노인들이, 바로 그 관장님을 어른이 어린애 들고 놀아주듯 탈탈 털다가 집어던지면서도 자기 한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끙~ 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은 그러니까, 그게 뭔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존재하며, 거기에는 틀림없이 어떤 원리가 존재하며, 그걸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길은 해보는수밖에 없다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이르게 해주었다.


원래 게임을 해도 시스템을 익히기 까지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그다음에 남는건 숙련을 위한 단순 반복을 통한 노가다. 액션게임이라면 타인과 그 숙련도를 겨루는 재미도 있겠으나, 역시 미지의 시스템을 파고드는 재미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이다.


어디까지 할수 있을지 모르겟지만, 일단은 열심히 배워보고 싶다, 10년 한 선생님이나, 30년한 선생님의 선생님도 아직 모르겠다고 하신다니 뭐가 보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 Recent posts